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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 낭독회 in 부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벨벳 | 2007/12/22 11:00

전날 손바닥을 다쳤다. 엄마 도움으로 세수도 겨우 하는 사정이고 보니, 머리 감는 건 엄두도 못 내고 짧은 머리를 억지로 올려 묶고 출근을 했다. 게다가 퇴근할 때 즈음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 센텀시티까지 가는 건 포기하려고 했었다. 참 짜증나는 상황일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낭독회에 갔고, 아주 좋았기 때문에, 그런 직전 과정까지 즐거운 에피소드 쯤으로 여겨진다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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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가져갔으면 함께 사진 찍어달라 요청할 수 있었을 텐데, 가지고 있던 핸드폰의 카메라 성능이 저모양이라 그냥 줄 서서 몰카 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낭독회는 김영하 작가 본인이 선정한 장면 다섯 개를 끊어서 읽는 형식으로, 40분 동안 이어졌다.
편의점을 그만두고 거리로 나와서 새벽의 서러움에 대해 서술하는 장면이라든지, 지원과 처음 만난 후 마구 설레며 돌아왔으나 결국 연락 없음에 마음 졸이는 장면이라든지. 개인적으로도 인상 깊게 읽은 장면들을 낭독해 주시니 다행히 졸지 않고 집중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낭독회 직후의 간단한 질답회.

김영하씨는 프란츠 카프카와 쥘 베른, 코난 도일을 좋아하며 나름 작품에 영향을 받고 있다.
퀴즈쇼 주인공 민수의 모델은 20대 당시의 작가 본인이다.
작품의 분위기 그대로 김영하씨의 세계관은 다소 허무주의적 경향이 있다. 삶은 죽는 순간까지 하루 하루 그냥 살아가는 과정. 하지만 글을 씀으로 나름 버틸 수 있다.
영화 주홍글씨는 그닥 좋지 않다.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구성이라든지 서사가 소설에 최적화 돼 있어 영화로 만들기엔 다소 코드가 안 맞는 감이 있다
단편을 쓰는 건 장편을 쓰는 것 보다 더 즐겁다. 하지만 장편을 쓰는 과정이 더 행복하다. 여운도 길다. 직업을 '작가'라고 말하는 데에도 떳떳하다. 따라서 앞으로 당분간 장편 위주로 집필할 계획이다.
퀴즈쇼의 결말에 대해, 요즘 20대의 어려운 여건은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개 작가가 답을 제시하긴 사실상 힘들다. 아마도 작가의 역할은 계몽이 아니라 주의 환기라는 요지가 아닌지...
대략 이 정도의 대화가 이어진 후, 간단한 싸인회를 하고 행사는 끝났다.

작가 김영하를 좋아하는 지인과 함께 참석했다면 차라도 한잔 마시며 함께 여운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혼자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약 한 시간동안의 충만했던 기분을 매 곱씹었다.
그래서 처분을 할까 고민하던 블로그에도 글 쓸 생각을 다 한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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